[사랑꾼] 남친 있는 여자를 사랑한 남자 #2




고백도 하지 못하고 돌아선 그날 이후 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피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간히 만났지만, 일터에서 스쳐가듯 잠깐이라 제대로 마주보지 않았다. 물론 딱 한 번 마음따라 그냥 보고 싶어 일터로 향하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을까? 스스로도 괜찮다고 판단돼 그 사람을 정식으로 다시 만났는데,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해버렸다.

그 사람은 이전까지의 긴 머리를 자르고 단발로 인상이 더 밝아졌다. 마음이 다시 격하게 흔들린 것은 마침 겨울이 지나 막 봄으로 진입하던 시기였기에 복장도 화사해져 매력 지수가 올라간 탓이다. 스스로가 잘 참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감당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매분, 매초 역류했다.

결정적으로 포기하기가 싫었다.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전 결혼이 인생 마지막 목표처럼 생각하던 자신이, 지인들에게 가능하면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물론 상대는 그 사람이다. 마침 주위에 결혼하는 지인들이 많아진 탓일까? 나도 성급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제어할 수 없기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감사 초콜렛 전달을 명분으로 그 사람과 단 둘이 만났다. 미리 조용한 장소를 물색하고 기다리며 마음을 다독였다. 당연히 고백 결과는 거절이니까 다른 기대는 하지 말자. 아니 어쩌면 지금은 헤어졌을지도 등 지난해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그날처럼 뇌와 마음이 따로 놀았다. 그런 와중에 그 사람이 나타났다. 언제나 그렇듯 밝고 건강한 미소와 함께.

그 사람은 눈치가 빨랐다.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고 약간은 긴장한 듯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나 참아온 내 진심을 털어놨다. "사람대 사람으로, 제가 OO씨 많이 좋아합니다" 그리고 "교제 중인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제 진심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잠깐 망설이던 그 사람은 담담히 내게 말했다. "이게 원하시는 답일진 모르겠지만, 전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거절 당할줄 알면서 감행한 고백,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은 듣기 싫은 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오른쪽 눈에서만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가 아닌, 분해서 흘리는 눈에서 나오는 물.

이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가 어차피 관계상 만나야 하는 입장인 만큼 앞으로도 이 정도 선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헤어졌다. 회사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나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덧글

  • 2015/05/30 01: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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