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아이언맨' 그와 함께한 생일 파티



오후 18시. 퇴근 시간임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회사를 나왔다. 흔히 말하는 칼퇴(정시 퇴근)를 했다. 지금 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향한다. 이동 간, 퇴근 시간임에도 웬일인지 지하철이 한산했다. 운이 좋다는 징조가 아닐까 생각하며 점점 그와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는 '아이언맨'으로 인생 최대 황금기를 맞이한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곧 그가 등장하는 레드카펫 행사를 보기 위해 나는 부단히 움직였다. 천근만근 힘든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닌 그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와 지금 같은 땅과 공기를 마시고 있다에 그치지 않고, 직접 보고 가능하다면 사인도 받고 싶다는 '열망'에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이다.

도착하고 놀란 것은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행사가 시작되려면 1시간이 넘게 여유가 있거늘, 이미 다양한 팸플릿과 창작물을 손에 들고 기다리는 팬들이 어림잡아 수천 명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과 함께 일단 타임스퀘어 밖을 나와 레드카펫 입구로 향했다. 안쪽보다는 그나마 여유가 있었지만, 레드카펫 주변에는 이미 팬들로 인산인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결국 나는 도박을 했다. 레드 카펫보다 앞에서 그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과연 도중에 내려 레드카펫으로 걸어갈 것인가 아님 내가 차량 뒤꽁무니만 보게 될지. 그런데 슬픈 예감은 왜 매번 틀리지 않을까? 차량은 나를 지나치고 정확히 레드카펫 앞에서 멈췄다.

"이런 젠장" 나는 서둘러 레드카펫을 포기하고 본 행사가 열리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그나마 뛰어온 탓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고민할 겨를 없이 일단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는 그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볼 수 없을 만큼 인파가 몰려들게 불 보듯 뻔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그는 한창 밖 레드카펫에서 팬서비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전광판과 그가 안쪽으로 들어올 문만 번갈아 보았다. 그가 팬과 악수하고 사인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최적의 장소를 찾고자 뼈 빠지는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그가 건물 내부로 들어왔는데, 소요된 시간이 약 20분이다.

하지만 최적의 장소는 이미 다른 이들에게 뺏겼다. 결국, 팔을 높이 들고 카메라 줌을 최대한 빼 겨우겨우 그를 찍었다. 카메라 초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까치발을 포함해 모든 신경을 중력 거부에 힘썼다.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아픔. 내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동경하던 그를 담기 위해 또 희생하는 나 자신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라도 그의 모습을 좀더 많이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겨우 레드카펫을 지나 MC 전현무가 있는 메인 스테이지에 올랐다. 워낙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였지만, 지금은 작디작은 소규모 공연장 같았다. 그도 그럴게 1층부터 4층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꽉찼고,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 역시 그 모습이 신기한지 행사 내내 놀라워하며 손을 흔들고 감사를 표했다.

이후 타이거 JK&윤미래 부부, 그리고 그들의 아들 서조단이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가 이들에게만 쏠리며 흔히 주객이 전도되는 진행에 논란을 키웠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행사 주최 측의 기획력에 문제가 컸지 타이거 부부도 괜한 오해를 사고 말았다. 그리고 행사 마지막은 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노래했다. 한국에서 맞은 48번째 생일. 이것만으로 전 세계에 화제가 되기 충분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본인에게도 뜻깊은 날이 되었음은 분명했다.

한편, MC 전현무의 활약도 기억에 남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옆을 떠나지 않으며 항상 같이 찍히는 밀착형 스킬을 보여줬고, 마지막에는 안경을 벗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덕분에 우리는 그가 옆집 아저씨 같은 매력이 충만했음을, 또 안경이 없으면 안 됨을 알게 됐다. 결정적으로 많이 웃었다.

행사가 끝나고 그제서야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를 보기 위해 무려 5천 여명이 운집하다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밖을 보니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아이언맨 슈트가 멋진 포즈로 서있었다. 이것을 담으며 나의 오랜 숙원도 함께 풀렸다. 매우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그가 언제 다시 한국에 올지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항상 건강하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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